좋은시 감동/좋은글

허만수 글(파워16)

수강 (壽江) 2018. 11. 24. 16:17

가을 회상

지은이: 제현


토담아래로

가을꽃이 지고 있으면


억새를 닮아

허전함이 밀려오고


시들어가는 단풍에서

세월을 짚어보자니


아직도

너른 들녘이 기다린다기에


마음 다잡고

가슴을 열어보련다





가을의 기도

작자: 김현승

사진: 김태준

제작: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가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달은 까마귀같이







춘설(春雪)

작자: 정지용


문열자 선뜻!

먼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에 덮인 모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승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짝 아니 하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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