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회상
지은이: 제현
토담아래로
가을꽃이 지고 있으면
억새를 닮아
허전함이 밀려오고
시들어가는 단풍에서
세월을 짚어보자니
아직도
너른 들녘이 기다린다기에
마음 다잡고
가슴을 열어보련다
가을의 기도
작자: 김현승
사진: 김태준
제작: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가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달은 까마귀같이
춘설(春雪)
작자: 정지용
문열자 선뜻!
먼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에 덮인 모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승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짝 아니 하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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