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감동/좋은글

박선영 시

수강 (壽江) 2018. 11. 11. 11:45

가을편지

시인 - 박선영


떠나는 계절 앞에서

더욱 붉게 치장하는 잎새


그대 온기 잃을까

가슴 조이며 다가옵니다


처음 만날 때의 떨림으로

몸 부비며 불태우던 낙엽은


찬바람이 등골 사이로 지나쳐도

사랑의 징표입니다


걸어오는 겨울을 비켜서서

그대가 던진 미소를 보며


마지막 잎새 하나 품고

가을 사랑을 띄웁니다




가을 꽃밭

시인 - 박선영


향기로 불 밝히던

꽃잎에 비가 내린다


매미도 울다 지쳐

멀리 날아간 시간 앞에

가을 꽃밭은

서로가 슬픔을 세고 있다


키 큰 달리아와

키 작은 마가렛까지

힘없이 스러지고 있다


타오르는 노을 아래

벽을 기대어선 등불도

초라하게 잦아들고


푸른 마디를 한 채

새벽 향기와 함께 온 것을


기억하는 창백한 노파가

지그시 시간을 누르고 있다



담쟁이

시인 - 박선영


잠시 머무는

햇살에 기대어


말라가는 가을을 붙잡고

마른 숨 몰아쉬던 담쟁이


따가운 볕에도 아랑곳없이

높은 벽 기어오르던 끈기도


찬바람에 야윈 몸

가던 걸음 멈추고

겨울잠에 들었다



시인: 박선영


머물 수 없는 바람

허공을 맴돌다가

빈 가지만 흔들어대고


깃털같이 날아온 눈

여린 가지에 앉았다


소리 없이 찾아와

다정히 앉아있는 모습에


까치발로 다가가

휘어진 가지 흔들면


그대 설레는 마음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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