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시인 - 박선영
떠나는 계절 앞에서
더욱 붉게 치장하는 잎새
그대 온기 잃을까
가슴 조이며 다가옵니다
처음 만날 때의 떨림으로
몸 부비며 불태우던 낙엽은
찬바람이 등골 사이로 지나쳐도
사랑의 징표입니다
걸어오는 겨울을 비켜서서
그대가 던진 미소를 보며
마지막 잎새 하나 품고
가을 사랑을 띄웁니다
가을 꽃밭
시인 - 박선영
향기로 불 밝히던
꽃잎에 비가 내린다
매미도 울다 지쳐
멀리 날아간 시간 앞에
가을 꽃밭은
서로가 슬픔을 세고 있다
키 큰 달리아와
키 작은 마가렛까지
힘없이 스러지고 있다
타오르는 노을 아래
벽을 기대어선 등불도
초라하게 잦아들고
푸른 마디를 한 채
새벽 향기와 함께 온 것을
기억하는 창백한 노파가
지그시 시간을 누르고 있다
담쟁이
시인 - 박선영
잠시 머무는
햇살에 기대어
말라가는 가을을 붙잡고
마른 숨 몰아쉬던 담쟁이
따가운 볕에도 아랑곳없이
높은 벽 기어오르던 끈기도
찬바람에 야윈 몸
가던 걸음 멈추고
겨울잠에 들었다
눈
시인: 박선영
머물 수 없는 바람
허공을 맴돌다가
빈 가지만 흔들어대고
깃털같이 날아온 눈
여린 가지에 앉았다
소리 없이 찾아와
다정히 앉아있는 모습에
까치발로 다가가
휘어진 가지 흔들면
그대 설레는 마음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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