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감동/詩 집

택스트 자료 1

수강 (壽江) 2012. 2. 23. 09:23

국화 옆에서
- 서 정 주 (徐廷柱)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네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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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未當) 서정주(1915-2000)는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그의 시는 초기의 악마주의적인 생태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사상으로 접근, 심화된 정서와 세련된 시풍으로
민족적 정조와 그 선율을 읊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작으로는 『화사집』『귀촉도』『신라초』등이 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 영 랑 (金永郞)-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럴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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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랑(1903-1950)의 본명은 윤식(允植)으로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 영문과에 수학 중 시문학 동인이
    된 박용철과 만나 1930년 『시문학』동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향토적이며 민족적인 생활 감정을 가벼운 운율적
    감각으로 형상화했다.

    시집으로는『영랑시집』(1935) 『영랑시선』(1949)등이
    있다.

       

       

       

       

       

진달래꽃

- 김소월(金素月)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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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월(素月 1902-1934)의 본명은 珽湜였으나 후일에 廷湜
    으로 썼다. 1920년 19세때 『그리워』『浪人의 봄』『靑崗』
    등을 문예지『創造』에 발표하여 필명 素月로 하였다.
    소월의 시는 자연 발생적인 정감에 바탕을 둔 한국인의
    보편적 심서에 밀착하면서도 생각하는 시로서의 존재론적
    측면과 형이상학적인 면을 강하게 지녀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을 동화

- 김 용 호 (金容浩) -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 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젓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를 불러 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앉으면
문득 고향

고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만 내게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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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호(1912-1973)는 "시는 재치로 쓰는 것이 아니다.
    시는 가슴으로 써야 한다"는 지론을 지녔던 그는 현실의식이
    남달리 강해현실과 밀착된 참여계통의 시를 많이 썼으나
    후기에 들어와서는 관조와 회고의 경향으로 흐른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주요저서로는 <푸른 별> <날개> 등의 시집과 <세계명작
    감상 독본> <한국애정명시선>등의 시 감상집이 있다.

       

       

 

 

 

 

 

윤 사 월

- 박목월(朴木月)-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역둗고 있다.

 



 

 

사 향

- 김상옥(金相沃)-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돌며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씻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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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남새-- 산나물
애젓하오-- 애틋하오

 

 

 

    바 다
    -
    정지용 -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 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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