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감동/詩 집

갈대이미지와 시

수강 (壽江) 2015. 11. 7. 13:07

갈대시모음

 

 

갈대 숲에는 

어린 물새들이 소리를 낮추어 울고, 

습지 잔물결은 빛을 다한 해넘이에도 흔들렸다. 쓰러진 허리로도 비스듬히 추억을 빗어대는 한 무더기의 갈대. 아련한 달빛이 어둠 
위로 떠오른다.

어깨 시린 겨울밤, 

낮아진 체온만큼 그리운 내안의 사람들. 
바람 따라 일렁거리는 마음의 텃밭엔 

아직 아무 것도 심지 못했다. 

조금씩 키를 높이는 그리움만 마른 갈대로 

서서, 방파제 너머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귀를 열어 놓고 있다.

 

  마른 갈대로 서서 / 목 필 균  

 

 

 

더러는 흐르고 싶다

바람불면

애잔한 연가(戀歌)

나즈막히 읊조리며 흐르는

호숫가 갈대처럼 

 

더러는 울고 싶다

서러움이 쓴 물처럼

북받쳐 올라오면

안으로 침잠되는

억누름이 아닌

쏴아 쏴아

갈대처럼 목 놓아

소리높여 울고 싶다

 

이 새벽 갈대 숲

스멀 스멀 안개비 내려

잎새마다 망울 망울 눈물 맺히니

거센 풍랑 난파선처럼

나는 흔들린다

바람한점없이 사위(四圍)는 고요한데

 

  갈 대  / 원 영 래 

 

 

 
이 한밤에
푸른 달빛을 이고
어찌하여 저 들판이
저리도 울고 있는가

낮 동안 그렇게도 쏘대던 바람이
어찌하여
저 들판에 와서는
또 저렇게도 슬피 우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다보다 고요하던 저 들판이
어찌하여 이 한밤에
서러운 짐승처럼 울고 있는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갈대섰는 풍경  / 김 춘 수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가장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종일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내가 아직도 바람 부는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날아간 하늘에 햇살이 빛나기 때문이다

 

  갈 대 / 정 호 승 

 

 

 

그대와 마주 설 날이 다시 온다면
사정없이 밀려오던
모든 그리움을 다 떨쳐 버릴 수 있겠습니까

홀로 서서 몸부림치며
기다린 세월이 너무나 외로웠는데
그대는 감정마저 무디어져
가벼운 목례만 남기고
떠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가슴에 묻어둔 사랑이
아름답다는 말이 옳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다
모든 걸 다 잃어버렸는데
그대가 외면한다면
기다리던 내 마음은 이 가을에
한없이 흐느낍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더 외롭게 몸부림칩니다

 

  갈 대 / 용 혜 원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 대 / 신 경 림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갈 대 / 천 상 병 

 

 

 

 

 

 

 

 

 

 

 

 

 

 

 

 

갈대숲이 가을바람 따라 휘청거리는

대청호수 늪가를 아스라이 거닐면서

와라락 껴안고 찐한키스를 나누었지

 

억새 꽃밭이 춤추는 자연 휴양림에선

새처럼 두팔을 펼쳐 날개짓 하였었지

 

 

 

                                                          

갈대숲

 

 

 

 

 

  

 

억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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